문서의 임의 삭제는 제재 대상으로, 문서를 삭제하려면 삭제 토론을 진행해야 합니다. 문서 보기문서 삭제토론 판의 미로 (문단 편집) == 해석 == 이 작품을 보고 난 사람들이 가장 많이 생각하게 되는 것은 과연 오필리아가 본 그 모든 것이 '''혼자만의 환상'''이었는지, 아니면 '''실제 일어난 일'''이었는지, 혹은 판타지가 전부 실제였다고 하더라도 어디까지가 실제였는지에 대한 문제다. 작중 초현실적인 장면들은 이야기책을 좋아했던 오필리아가 상상했던 장면으로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일단 크게 생각할 것 없이 영화 내용 자체로만 보자면 '''마지막 내레이션에서 진짜 있었던 일이라고 직접적으로 언급해주었으니 엔딩은 오필리아가 자기 희생으로 시험을 통과해 지하왕국에 돌아가게 되어 행복하게 살게 되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아래 내용들 외에도 수많은 떡밥과 상징적인 모양, 숨겨진 의미들이 있기에 완벽하게 정해진 답은 없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영화에서 현실과 환상을 교차시키면서도 중간중간 겹치게 만듦으로써 관객들 스스로가 원하는 답을 선택하도록 유도했으므로 어느 쪽을 믿을지는 관람객의 몫이다. '진실은 어느 곳을 보아야 하는지 아는 자에게만 보인다'고 영화를 매듭짓는 내레이션을 보면 감독이 열린 결말을 유도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일단 감독인 델 토로 자신이 영화에 삽입한 '진짜였다'는 근거는 마지막 엔딩의 꽃, 비달의 방으로 가는 유일한 통로인 분필로 그린 문과 미로에서 비달을 따돌린 장면이라고 한다. * 오필리아의 심리 오필리아는 영화 시점 이전에 이미 봉제공인 아버지를 잃었다. 아버지가 내전 때문에 죽었을 가능성이 높지만[* 만약 참전했다면 봉제공이라는 직업상, 주로 바르셀로나 같은 대도시에서 살았을 테고 그런 만큼 만약 참전했다면 대도시에서 주로 활동한 공화파 세력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전 남편이 비달 대위의 군복을 지었다"는 카르멘의 대사를 보면 내전으로 인해 죽었을지언정 공화파로서 참전했다고 확단할 수는 없다. 물론 내전이 터지기 전에 딱히 정치적으로는 접점이 없었던 그냥 동네 제봉사와 손님 관계였을 수도 있다.]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어린아이에게 심대한 충격이 되었을 것은 자명하다. 친아버지가 봉제공이었다는 사실에서 이전까지 오필리아는 그다지 유복하게 생활하지는 못했을 테고 전쟁의 피해를 고스란히 받아왔을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오필리아의 바람과는 반대로 생활고를 견디지 못한 어머니는 재혼을 결정했고 그 상대인 비달 대위는 오필리아의 마음에 '''굉장히 안 드는''' 사람으로, 초면에 어린아이의 악수를 받아주기는커녕 "악수는 오른손으로 하는 거란다" 따위의 냉랭한 말만 날리고 그 후로도 따뜻한 면모 같은 건 보이지 않았다.[* 실제로 악수할 때는 별달리 오른손을 쓸 수 없는 상황(가령 오른손을 다쳤다든지, 모종의 이유로 오른손에 든 물건을 왼손으로 옮겨들거나 내려놓는 것이 불가능한 경우 등)이 아닌 한 오른손으로 하는 것이 예절에 맞기는 하다. 하지만 스페인 내전과 관련해서 독해하는 해석으로 보면 좀더 의미심장한 점이 있는데, 당시 왕당파와 나치 세력은 기존 예절 그대로 오른손으로 악수를 했지만 공화파는 반대로 왼손으로 악수를 했다는 점이다. 만약 오필리아의 가족이 공화파였다는 가정이 사실이라면, 오필리아는 오른손에 책을 들고 있었다는 점도 있겠지만 기존에 (친아버지나 아버지 친구들 등 역시 공화파일 가능성이 높은)주변 어른들이 하는 것을 보고 배워서 왼손을 내민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유가 뭐였든 간에 오필리아가 왼손을 내민 것은 당연히 파시스트인 비달의 성질머리를 긁을 수밖에 없었고, 그렇기에 이 장면은 오필리아와 비달 사이의 큰 벽을 초장부터 드러내는 장치로 볼 수 있다.] 게다가 비달이 아니더라도 산장에는 모르는 사람들뿐이라 오필리아가 심리적으로 기댈 만한 인물은 어머니 카르멘, 메르세데스[* 정말 넓게 잡으면 의사 선생님 정도인데 이나마도 사실 별 접촉은 없었다.] 정도밖에 없는 상황인데, 카르멘조차도 딸과 남편의 사이를 중재하는 것에 집중한 나머지 오필리아에게 그다지 협조적인 태도가 아니니 이 정도면 어른이라도 큰 스트레스를 받을 만한 환경이다. 특히 어머니 카르멘 사망 후의 오필리아는 전쟁이란 끔찍한 현실 앞에서 의존할 곳 없는 정신이 무너지는 상황이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열 살 남짓인 나이를 생각해보면 오필리아는 아직 정치적 사리분별을 할 만큼 성숙하지는 않았지만 비달 측 인물들에게서 이미 일종의 비인간성을 감지하고 있었다고 볼 수도 있다. * 비달 대위의 강박관념 비달의 배경이 명확하진 않지만 대사를 보면 아버지가 참전용사[* 스페인은 모로코 식민지 형성 과정에서 프랑스와 손을 잡고서 현지 독립군 세력과 [[리프 전쟁]]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대거 전쟁영웅이 양산되었는데 그중 하나로 볼 수 있다. 당시 스페인군은 그냥 월급이나 축내는 막장이었지만, 그나마 진짜 군대 소리 들은 것이 이 과정에서 모로코에 눌러앉게 된 병력들이었고, 이들은 엘리트주의에 젖어 '아프리카파'라는 자기들만의 파벌을 구축하게 된다. 물론 당시는 스페인 군 전체가 질적으로 약체화 된 걸 제대로 된 군제 개혁 같은 정상적인 방법으로 질적 개선을 할 생각은 안 하고, 오히려 싸움 좀 졌다고 막 부상하는 시민 사회가 '''감히 군인한테 대든다'''는 권위주의적 똥별 마인드가 팽창했던 집단이라 그 모로코 리프 전쟁에서도 불세출의 [[베르베르]] 게릴라 지휘관 압드 엘 카림에게 한창 깨지면서 한때 명목상이나마 유럽 열강의 군대가 원주민들에게 털려 [[멜리야]]까지 후퇴했다가 프랑스군이 구원투수로 들어오면서 겨우 이겼다. 그리고 뒤돌아 보면 이런 연속 된 졸전의 경험은 '''스페인군이 외부에서 군대로서 겪은 실패로 인해 실추된 권위를 민간 사회에 갑질하여 회복하려는''' 악순환의 동기 부여적인 사건이 되어 버렸다.] 그것도 계급이 꽤 높았다는 것 정도는 알 수 있고 군인 가문이었을 가능성도 생각해볼 수 있다. 산장의 다른 인물들이 하는 이야기로 미루어보면 아버지는 전쟁영웅이었고, 거기에 대한 강박관념인지 아버지와 비슷한 길을 가게 된 비달은 이후 손님들이 "아버지가 죽어가는 와중에 아들에게 자신의 죽은 시간을 알려주기 위해 시계를 부숴버렸다"는 식의 일화를 부정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는 회중시계에서 드러나는데, 누군가가 회중시계와 아버지의 유언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자 비달은 그런 일은 없었다고 일언지하에 부정해버리면서도 막상 본인이 죽을 때나 시계를 손질하는 모습을 보면 꽤 시계를 아낀다. 거기에 이 회중시계는 내려친듯이 유리에 금이 가있는 걸 보아 정황상 아버지의 무용담에 나오는 유품인 듯하다.[* 대위는 시계를 손질할 때 직접 시계 내부까지 조정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아버지의 의지대로 멈춰있어야 할 시계를 고쳐서 움직이게 만들어 버렸다고 볼 수 있다.] 아버지에 대한 애증 내지는 아버지를 넘어서려는 욕구가 강했음을 알 수 있고 그런 집착은 유품인 회중시계로 이어지고 시계에 대한 집착은 시간/시각에 대한 집착으로 이어진다. 비달 대위의 또 다른 강박증은 아들에 대한 집착인데, 줄거리에 설명되어있듯이 1. 태어나지도 않은 아이를 아들이라 지레짐작하고,[* 자신의 절대적인 기준에서 다른 가치나 관점은 일체 받아들이지도 이해하지도 못하는 비달 대위의 또 다른 특성과도 이어지는 부분이다. 자신이 아들이라 했으니 아들이어야한다. 토끼를 사냥하다 잡혀온 아버지와 아들 장면에서 잘 드러나듯이 작중 비달은 남의 주장에는 일체 관심이 없으며 듣지도 않으며 본인의 생각과 피상적인 것만을 보고 이해한다. 여담으로 [[이동진]] 평론가는 작중 주치의가 비달에게 말한 마지막 말을 빌려 '생각(타인에 대한 이해, 가치, 정의 등)이 없는 인물' 이라고 했다.] 2. 아들은 반드시 아버지가 있는 곳에서 태어나야 하며, 3. 아들은 아버지가 죽은 시각을 알고 기억해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본인의 아버지에 대한 컴플렉스가 대를 이어 내려가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자신의 혈육인 아들을 중시하는 것이 도를 넘어 혈연이 아닌 오필리아는 당연히 냉대, 카르멘은 사랑하는 아내가 아니라 [[씨받이|그저 아들 낳는 도구]] 취급이다. 아내와 의붓딸뿐만 아니라 산장 전체에서도 비달 대위와 권위에 의지한 군림이나 아첨/아부가 아닌 인간적인 관계로 맺어진 인물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한마디로 가업과 성씨를 이어 나가는 데 해당이 안 되는 아내, 수양딸 같은 여성에게는(카르멘의 전 남편이 공화파였다는 가정 하에) 정복의 대상물 겸 자식 생산 수단이란 점 외에는 아예 관심도 없고, 그나마 그 아들이란 존재도 잔술한 가업과 대를 있는다는 지극히 가부장적인 조건하에서만 관심과 애정의 대상이며, 이런 뚜렷한 목적 외의 따뜻한 가정 생활, 가족에 대한 애정이란 불필요한 '나약함'으로 치부하고 군대식 상명하복 문화를 집안에 까지 끌고 들어와서 가정에서도 병영에서도 폭군으로 군림하는, 마치 [[파시즘|파시스트]] 가부장적 권위주의 인간상을 캐릭터 하나로 몰아 넣은듯한 인물이다. 당연한 사실이지만 이러한 비달 대위의 묘사는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 본인이 어린 시절에 [[반군국주의]] 성향의 스페인 공화파 망명객들을 통해 듣고, 훗날 직접 공부하여 알게 되며 간접 체험한 치열한 현실 고발적 [[역사]] 의식에 기반해 있다. ---- 극중 일어나는 여러 사건들은 오필리아의 경험을 관객들이 진실로 받아들일지, 환상으로 해석할지에 대한 근거를 제공하는데, 환상적인 사건들(판, 요정, 두꺼비, 식인괴물 등이 등장하는 장면)은 공교롭게도 언제나 오필리아가 혼자 있을 때만 나온다. 그리고 현실의 상황이 오필리아에게 안 좋게 돌아갈수록 환상 역시 기묘하게도 오필리아의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을 (또는 그 반대로도) 볼 수 있다. 현실 vs 망상에 관련된 떡밥들을 간추리자면 다음과 같다. * 지하세계로 통하는 문에 그려져 있는 오필리아와 아기 초반에 판이 문을 보면서 자신과 오필리아가 그려져 있는 것이라고 이야기하다가 아기는 누구냐는 오필리아의 질문에는 대답을 회피하는데, 이후에 태어난 남동생을 데려와야 했고 둘(오필리아, 남동생) 중 하나를 선택해서 희생시켜야 하는 것이 과제였기 때문에 대답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이로 인해 단순 망상으로만 치부하기에는 명백히 후반부에 이어지는 떡밥이 된다. 다만 처음부터 끝까지 어느 정도 시나리오가 짜여진 오필리아의 망상이었다면 별 다른 연관성 없다고 볼 수도 있다. * 석상에서 나온 벌레를 보고 요정이라 하는 장면 분명 누가 봐도 벌레인 대상을 두고서 어머니에게 요정을 보았다고 말하는 것은 순수한 동심에서 그렇게 말했을 수도 있지만 오필리아가 이미 정상이 아님에 대한 암시일 수 있다. * 분필로 통해 이동하는 장면 열쇠를 찾기 위해 괴물이 있는 곳으로 가는 장면이야 그냥 환상이었을 수 있다고 쳐도 도망치다 붙잡혀 엄중한 감시하에 놓였음에도 방을 탈출해 양아버지의 방으로 가기는 어렵기 때문에 진실로 해석되는 요소가 될 수 있다. 또한 그 분필은 비달이 직접 보았고 그 후 오필리아의 방에서 분필로 그린 문이 발견되었다. 어떻게 그 방으로 침입했는지 과정은 전혀 나오지 않지만 대위가 특별히 감시하라고 지시까지 한 방에서 어린아이 혼자서 빠져나오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한지 생각해보자.[* 그나마 현실적인 가정은 감시를 맡긴 부하가 오필리아를 동정해 도망치라면서 꺼내줄 가능성 정도겠지만 그런 장면이나 복선은 없다.] * 아이를 잡아먹는 괴물 기괴하게 움직이며 걸어다니는 괴물인 [[페일 맨]]은 부상을 입은 비달 대위가 걷는 모습과 유사하다. 손바닥에 눈이 달린 괴물 장면에서 식탁 근처에 쌓여 있는 잡아먹은 어린 아이 신발들 더미의 구도가 [[아우슈비츠]]에 전시되어 있는 수감자들의 신발 더미와 일치한다. 즉, 페일 맨은 [[총력전]]과 이데올로기적 대립으로 인해 사회가 찢어지면서 일반적으론 웬만큼 격렬한 전쟁이라 해도 어느 정도는 보호 받기 마련인 어린이마저도 무차별적으로 살해하는 스페인 내전, 이를 넘어 2차 세계 대전 당시의 현실이라 볼 수 있다. 오필리아가 바라보는 환상 속 세계 전반은 스페인 공화국이 존재했을 때의, 혹은 계속 이어졌다면 볼 수 있는 일견 이상적인 세계로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아이를 잡아먹는 괴물은 스페인 공화국 하에도 여러 사회문제가 존재했거나 아니면 각종 적색테러 등을 시사함으로써 그 환상 세계가 반드시 좋은 것만은 아닐 것이라는 의미를 보여주기도 한다. * 쫓기는 중에 벽이 갈라져 비달을 따돌리는 장면 환상이 아니라 진실이라고 해석하는 관객들이 두 번째로 확실한 근거로서 내놓는 장면인데, 정말 이 모든 게 환상이라면 아이를 안은 어린아이가 일직선의 미로 길에서 성인인 양아버지를 이런 방식으로 따돌릴 수는 없기 때문이다. 다만, 비달은 메르세데스에게 칼로 입은 자상이 있었고, 오필리아가 약물을 넣은 술을 마시고[* 오필리아는 비달의 술에 약물을 한두방울도 아니고 꽤 많이 집어넣었다.] 몽롱해하는 등 여자애 하나도 제대로 추격하기 어려운 상태였다. * 만드레이크의 뿌리 이 또한 상당한 떡밥. 오필리아 엄마의 침대 밑에 둔 이 기괴한 식물에 대한 비달과 엄마의 반응으로 보아 이 식물은 실존하는 것은 분명하고, 이 식물을 침대 아래에 놓자 실제로 오필리아의 엄마의 상태가 잠시나마 회복되었다. 반면 실제로는 만드레이크가 아니라 그저 오필리아가 숲에서 주워온 사람처럼 생긴 나무뿌리였고 오필리아의 눈에만 마법적인 힘을 가진 존재로 비쳤을 수도 있다고 반박할 수 있다. 상식적으로 피 섞인 우유에 담겨있는 나무 뿌리처럼 생긴 것이 의미 불명하게 침대 밑에 놓여진 것을 보고 기괴하다 생각하지 않을 사람은 없을 테니까. 침대 밑에서, 그것도 난로 근처에 놓여졌기 때문에 상해 버렸을 우유를 꺼내어서 냄새를 맡아 본 비달은 헛구역질까지 했다. 하지만 뿌리가 난로에 던져져서 불태워지자 비명을 지르기 시작하고 곧이어 엄마는 배를 움켜지며 쓰러지는데 단순 오필리아의 망상으로 치부하기에는 순서와 타이밍이 너무나도 적절하다. * 지하세계의 두 인물 유심히 보면 알겠지만 지하세계의 왕비는 다름 아닌 오필리아가 가장 사랑했고 그리워하는 그녀의 어머니와 똑같은 모습이다.[* 배우도 지상세계의 어머니인 키르멘과 동일하다. 그리고 지하세계의 왕비는 아기를 안고 있으며 지상에서도 카르멘이 아이를 낳다 죽은 것, 오필리아가 죽기 전 갓난 남동생에게 지하세계의 왕자 자리를 약속한 것까지 따지면 아기를 안은 왕비는 어머니와 이부남동생을 동시에 반영했다고 볼 수도 있다.] 만약 모든 것이 환상이라면 국왕은 현실세계 오필리아의 원래 아버지인 봉제공일지도 모른다. 오필리아가 남자를 보자마자 태연하게 '''아버지'''라고 불렀기 때문. 그러나 이것은 오필리아 스스로가 자신이 국왕의 친딸이자 [[달]]이 낳은 모안나 공주의 환생이라고 굳게 믿고 있었기 때문일 가능성도 높다. 새아버지인 비달과 달리 이야기 속의 지하왕국 국왕은 또 하나의 친아버지로 받아들이고 있었기에 거부감이 없었다고 볼 수 있다. 오필리아 역시 판이 처음에 국왕이 당신의 아버지라고 하자 자기 아버지는 봉제공이라며 강하게 부정하지만 오필리아가 인간이 아니며 왼쪽 어깨의 점이 그 증거라고 하고 그것을 눈으로 확인하자 자신이 공주라고 굳게 믿는 모습을 보인다.[* 두꺼비에게도 스스로를 모안나라고 소개하고, 동생에게도 자신이 공주가 된 후 왕자의 자리를 주겠다고 한다.] 반대로 말하면 자신의 또 다른 친아버지가 국왕이라는 오필리아의 믿음이 자신이 알고 있던 유일한 부모님의 모습을 국왕 부부에게 투영하도록 만들었다고 해석할 수 있으니 만약 왕비뿐 아니라 국왕까지 두 사람 모두가 오필리아의 부모님과 똑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다면 이에 대한 심리적인 정당성을 부여한다. 다시 말해 엔딩에서의 지하세계로의 귀환 장면은 오필리아가 죽기 직전 자신의 간절한 염원이 빚어낸 환상일 수 있다는 것. * 책 진실이라는 근거로 여겨지는 요소로 오필리아가 새 집에 도착한 첫 날 밤 미궁에서 판에게 받은 책은 산장에 있던 물건인지는 확실치 않지만 이전에 오필리아가 들고 온 물건은 절대로 아니다. 그리고 오필리아 말고 다른 사람들이 본 바 없는 다른 의혹의 물건들(분필 제외)과 달리 책의 존재는 메르세데스나 다른 사람들도 분명 확인한 바 있다. 하지만 책의 내용은 다른 사람이 확인한 적이 없으므로 유적에서 빈 책을 주웠거나 평소에 가지고 다니던 책 중 하나에 오필리아의 상상을 더해 환상을 봤다는 해석도 충분히 가능하다. * 전쟁 오필리아가 살고 있는 시대는 현재 스페인 내전이 끝난 지 얼마 안 됐고 바깥 세상에서는 [[2차 세계대전]]으로 인해 사회적으로는 그냥 내전이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고 봐도 될만큼 각박하고 피비린내 나던 시절이다.[* 페드로가 속한 공화파 레지스탕스가 동굴 은신처에 숨어 있을 때 한 콧수염 단 대원이 연합군의 노르망디 상륙 운운하는 걸로 보아 작품 배경은 1944년, 즉 스페인 내전 자체는 끝난 지 5년이나 됐지만 전쟁으로 인한 극도의 핍박, 가난, 그리고 프랑코 정권의 보복적 폭정은 오히려 정점에 달했던 시점이다.] 그로 인해 이 모든 것이 "전쟁이 끝났는데도 계속 사람들을 죽이는 미치광이 프랑코 정권하의 스페인과, 그러한 프랑코 정권에 순종하는 냉혈한이자 인간쓰레기인 양아버지"라는 현실에서 도망치고 싶어하는 어린 오필리아의 자기방어적 현실도피가 만들어낸 환상이라는 의견도 있다. 전쟁 때문에 미쳐버리거나 정신이 나가버리는 사람들이 존재하는 걸 보면 설득력 있는 의견. 이게 사실이라면 판에게 항변하던 오필리아가 비달의 눈에는 혼자 허공을 보고 떠들어대고 있는 것처럼 보인 것도 이해가 간다. 그러나 많은 판타지 소설이나 영화의 주인공들 중 [[아동학대]]나 전쟁, 왕따 등 정신적으로 피폐하거나 비극적인 환경에서 자라오다 마법이나 판타지의 세계를 맞닥뜨리는 사람이 많은 것을 생각해보면 전쟁이란 상황 하나만으로 오필리아가 미쳤을 거라 단언할 순 없다. 또한 비달은 요정 같은 건 없다고 생각했기에 보지 못했을 가능성도 있다.[* 이것도 판타지 장르에서 종종 등장하는 클리셰다. 현실주의자거나 환상 속 존재를 전혀 안 믿는 사람들의 경우 환상 속 존재를 인지하지 못한다고 나오는 것.] * 결말 영화에서 오필리아가 죽는 과정을 보면 오필리아가 총에 맞고 쓰러짐 → 지하왕국으로 감 → 현실세계에서 미소를 띠고 죽음. → 지하왕국에서 행복하게 잘 살았다는 내레이션. 여기까지의 스토리를 보면 이 모든 것이 오필리아의 상상이라는 해석과, 혹은 모두 실제로 일어났던 일들로서 판타지가 진실이라는 해석이 있다. 일단 영화의 끝에 가서 밝혀진 최종 시험은 오필리아의 자기희생이었으며 그로 인해 지하세계의 공주로 복귀할 수 있었다고 나오는데, 영화에서 나왔던 여러 장면들을 위에 해석하여 나열해놓은 것처럼, 이 이야기는 진실/환상의 경계가 모호하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어떤 영화든 간에 결말을 판단하기 위해선 감독의 의도, 즉 이야기를 통해 관객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의도와 의미가 무엇인지를 파악해야한다. 판의 미로라는 영화는 어린 아이의 망상과 상상으로 끝날 뿐인 괴로운 현실을 말하고 싶었던 것인지, 아니면 잿더미 위에서도 분명한 희망/진실은 존재한다고 알리고 싶었던 것인지, 관객 스스로의 해석에 달려있을 것이다. 이 영화는 스페인 근현대사를 압축해서 보여주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엄마 카르멘은 비달로 대표되는 국민진영에 정복당한 동화 같은 환상은 이제는 믿지 않는 스페인 그 자체, 혹은 제2공화국 시기를 보낸 무기력한 기성세대, 진짜 아빠[* 그리고 메르세데스와 동료 마키(공화진영 지지 성향 스페인 게릴라)]는 공화진영, 의사는 계급적으로는 국민진영에서 살 수도 있지만 그래도 이념적으로는 민주주의에 대한 이상을 간직하고 그걸 호소할 수 있는 중산층, 전문직, 지식인. 오필리아는 아직 살아는 있으나 50년대를 지나 결국에는 소멸당할 운명의 제2공화국에 대한 기억을 간직하는 이들과 그 복고에 대한 희망, 오필리아가 보는 동화 속 세계에서 판이 주는 첫 번째 시험은 제2공화국의 다 잘 될 것만 같았던 정부 수립 초기,[* 오필리아가 유일하게 살아있는 상태에서 제대로 통과한 시험이다. 오필리아가 두꺼비를 무찌른 후부터 두 번째 시험 전까지가 제2공화국 초기라 볼 수도 있다.] 두 번째 시험은 환상적이긴 하되 사실 알고보면 절대 이상적이지는 않았던 제2공화국의 실상[* 특히 두 번째 시험에서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포도를 먹으면서 결국 손눈알 괴물에게 요정들이 먹히는 꼴을 초래한 판이 냉정하게 낙제판정을 매긴 것은 제2공화국 치하나 내전기에서 벌어진 적색테러에 대한 비판으로도 볼 수 있다.], 세 번째 시험은, 빡센 고난에도 불구하고 미래로 전해지는 제2공화국 자체의 이상이라고 볼 수 있다. 여기서 비달과 카르멘의 아들이 중요한데, 비록 프랑코 정권의 후예라는 딱지는 달고 있지만 어찌되었건 왕정복고와 민주주의를 이루어낸 미래세대를 상징한다고 볼 수 있다.[* 특히 마지막에 말라버린 무화과나무에서 꽃이 피는 장면을 이것과 연관짓는 해석도 있다.] 순수한 피를 바치고 오필리아가 희생된 것은 어찌되었건 순수한 피를 대가로 큰 틀에서 제2공화국의 이상만은 실현된(혹은 왕국의 공주로 복귀하는) 미래를 의미할 수도 있고, 사실은 오필리아의 몽상으로 아이는 살렸으되 자기는 죽은 개죽음으로 볼 수도 있다.[* 이 몽상 부분에 대한 해석도 원래 오필리아는 요정 왕국의 공주가 맞는데 사실은 2차 시험에 떨어진 시점에서 그 이후는 망상이라고 볼 수도 있고, 아니면 처음부터 망상이라고 볼 수도 있다. 제2공화국에 대한 견해도 이 요정 왕국에 대한 평가와 그 맥락을 같이 할 수 있다.]저장 버튼을 클릭하면 당신이 기여한 내용을 CC-BY-NC-SA 2.0 KR으로 배포하고,기여한 문서에 대한 하이퍼링크나 URL을 이용하여 저작자 표시를 하는 것으로 충분하다는 데 동의하는 것입니다.이 동의는 철회할 수 없습니다.캡챠저장미리보기